[마음가짐] 모든것을 단 몇가지로 정의하려 한다면

내 기억에 가장 웃겼던 사람에 대한 정의가 있다.

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지.
샤워하면서 오줌을 싸는 사람과,
샤워하면서 오줌을 싸지 않는다고 거짓말 치는 사람.


나는 첫번째 케이스인 사람이라, 이 말이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. 코미디빅리그의 사망토론에서 이상준이 샤워하는 모습을 표현하던 중에 샤워기에서 나오는 은빛 물줄기와, 밑에서 나오는 금빛 물줄기를 말 할 때에도 정말 웃겼다.

하여튼 이렇게 무언가를 두 종류, 세 종류로 나누어 표현할 때 공감되거나 웃기고 재미있을 때가 있다. 특히 개그로 승화시킨다면 더욱 그렇다. 우리는 어떤 것을 정의하려는 성향이 있다.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, 그것을 하나 하나 다 설명하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, 그것들을 통틀어 묶어 설명하고, 쉽게 전달하고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이다. 이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고, 소통하기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.

그러나 중요한 것은, 통틀어 묶어 설명할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. 가장 흔하고 쉬운 예를 들자면 바로 혈액형이다. 소개팅에서 주로 혈액형을 꼭 물어보고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.

"A형이세요? 전혀 그렇지 않아보여요!"


과연 이 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? 'A형은 OO하다'라는 선입견이 박혀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. 사실 사람을 혈액형처럼 4가지 종류로 나눈다는것은 아주아주 위험하고 단순한 생각이다. 70억 인구를 어떻게 4종류로 나눌 수 있을까?

다른 상황에서 또 이야기 해볼 수 있겠다.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나라 상황이 말이 아니다. 흔히 들리는 말 중 하나가, '저놈들은 다 빨갱이!', '다 똑같은 놈들!', '종북 좌빨!'같은 말들이다. 이것 또한 잘못된 정의 중 하나이다.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, 무언가를 정의 할 때 상황이 그렇게 보일지라도 모든것들을 하나의 무리나 단어로 정의 할 수 없다는 것을 '인지'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. 다양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알고 있고, 본 것 밖에 모르기 때문에 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. 이런 생각이 지속되면 그 안에 갇히고 더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된다.


디자이너인 나는 클라이언트와 소통할 때 긍정적인 대답을 많이 한다.

네,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.
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.
그것도 참고해볼만 하네요.


내가 알고있는 디자인의 정의. 좋은 해결책. 빠른 방법들은 일을 쉽고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. 반면 클라이언트의 의견은 굉장히 난해하고,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있기 마련이다. 다만, 이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디자이너이고, 이해하지 못한다면 디자이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. 디자이너의 능력 중 절반 이상은 공감능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다.


디자이너가 보편적으로 말하는 디자인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다.

심플한 디자인은 강하다 Vs 복잡한 디자인은 강하다
색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난잡하다 Vs 색을 너무 조금 사용하면 지루하다
여백의 미가 중요하다 Vs 가득 채우는게 중요하다


나도 마찬가지지만, 보편적으로 왼쪽의 말이 더 끌릴 것이다. 현 시대의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배워왔으니까. 하지만 오른쪽의 말이 틀린것이 아니다. 오히려 과거에는 달랐으며, 미래에는 오른쪽이 더 중요한 세상이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. 그래서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정의를 무의식속에 가둔다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이다. 우리는 다 다르니까.

"정의란, 다름을 인정하는 것."